고요한 아침에 작고 재빠른 발걸음소리가 나 마루에 나가보니 조카녀석이 선물상자를 뜯고 있었다. 


나를 한 번 흘끗 쳐다보고는 다시 열심히 포장지를 찢어내고 있었는데, 얼마나 열심인지 신기해서 가까이 가 봤다. 


자기 몸의 절반 정도 되는 상자에 "로드세이버"라고 써있는 로봇 장난감이었다. 


"어.. 싼타할아버지한테 소원을.. 빌었는데 어.. 싼타할아버지가 갖다주셨어"라고 중얼거리는데, 아직은 싼타할아버지가 어딘가 있는 존재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웃음을 참느라 잠시 몸이 경직됐었는데, 연이어 나온 조카의 투정에 힘이 빠지고 말았다. 


"두 개 빌었는데, 하나만 주네. 한 개는 오늘 저녁에 다시 빌어야겠다."


주저하는 말도 없이 또박또박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하는 게 마냥 귀엽다. 


장난꾸러기에 욕심쟁이지만, 그런 순수함이 그렇게 좋기만 한 크리스마스 아침이다. 

'이렇게 하루가 간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빠와 아들의 대화 - 2017.08.08  (0) 2017.08.08
Posted by 리컨
,

'조카의 일상'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12.26 2015년 크리스마스 아침 4